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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착오의부스러기]/+주+절+거+림+

2011.07.08 - 어느 새끼 고양이의 죽음

by UniverseTraveller 2014. 9. 11.

이것은 추악하고 더럽고 이기적인

인간들을 향한 잔혹한 이야기...

선량하거나 아직 따스한 마음이

남아 있는 분들은 창을 닫으셔도 좋습니다...

 

 

 

기억나나? 외곽이지만 빈번히 차가 다니는 위험한 도로였지...

 

그 냉랭한 길 위에서 피흘리며 찢겨지고 밟혀진 생명은

 

새끼 고양이가 아니라 추악하고 더러운 네 몸뚱아리일 수도 있었다

 

살려달라고 했겠지 너는... 제발 도와달라고 했겠지 너는...

 

하지만 기분 나쁘다며 애써 외면하는 사람들을 봐야했겠지 너는...

 

너와 닮아있는 부정할 수 없는 인간이라는 이유 때문에

 

느껴야 했던 그 참혹한 상황과 배신감과 슬픔 따위는

 

그 어린 생명이 가지고 떠나야 했을 두려움과 고통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니었다... 당연히 안고 어루만져야 할 아픔이었다

 

그래... 넌 날씨도 더러운데 재수도 없다며 욕짓거리를 했겠지...

 

네가 침을 뱉고 소금을 뿌리고 투덜거리며 세차하고 있을 때

 

나는 아직 마음껏 뛰어 놀지도 못한 어린 생명을 묻어주고 있었다

 

 

 

 

비가 내리다 잠시 멎은 잿빛 하늘이었다...

길 위에서 처참히 찢겨지고 밟혀지고 문드러진

어린 생명을 보고 지나칠 수가 없었다...

그 순간에도 사람들은 흘끗흘끗 쳐다보며

지나쳐버리고 있었다... 욕이 절로 나왔다...

어느 누구 하나 손내밀지 않았다...

콘크리트와 아스팔트만 길게 이어진 곳에

내버려 둘 수 없어 산에 묻어주었다

사람의 발길은 닿겠지만

차는 피할 수 있으리라...

차가운 흙 속이겠지만 떠나게 될 곳은

편하고 아늑한 곳이리라... 

다시 비가 내린다...

내가 묻어주기를 기다렸다는 듯이...

자꾸만 고양이의 시체가 아른거린다

한 동안은

이 지독한 후유증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인간이 만들어 낸 모든 비극 속에서

희생되어진 생명들... 부디 아픔 없는 곳에서

마음껏 뛰어 놀고 날개를 펼치고

밝고 즐겁게 희망차게 활짝 피어나기를...

 

2011년 7월 8일 금요일 부산 흐리고 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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