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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착오의부스러기]/+주+절+거+림+

2012.05.18 - 화 안낼테니까...

by UniverseTraveller 2014. 9. 19.

 

 

 

 

저녁 시간 쯤 되면 일나간 부모님을 기다리는 꼬마 아이들의

웅성거림이 들리곤 한다... 남녀 할 것 없이 삼삼오오 모여서

이것저것 하며 뛰어노는데 주된 놀이는 공과 관련된 놀이

 

오늘도 우리집으로 공이 넘어왔는지 한결 같은 목소리로

연신 들려오는 ' 저기요~ 저기요~ '  꾀꼬리 목소리들...

옷매무새좀 갖추느라 조금 늦게 나가려는데 담벼락으로

익숙한 욕설 한마디와 귀 먹었냐는 단어가 슉~

 

참아야 되나 말아야 되나 하다가 문을 열자 후다닥 소리에

그만 화가 나 뛰쳐 나가서 방금 욕한 xx 나오라며

한마디 내 뱉고 나서... 애들한테 이게 뭔짓인가 싶어 급 미안...

 

누가 그랬냐고 물어도 서로 나는 안했다며 절레절레 하는데...

화 안낼테니까 도망간 아이좀 불러오라고 그러자

상황 판단 된 아이는 침묵과 감싸주기... 정말 순수한 아이는

또 도망간 아이 부르러 갔다... 그러면서 한 십여분 실랑이...

 

결국 그 아이를 찾고 애들 모여 있는 데서 차분히 앉은 다음

그러면 안된다고 잘못했으면 도망가지 말고 처음에 잘못했다

용서 비는 게 제일 좋은 방법이라고 가르치고 재미있게 놀라며

축구공 하나 농구공 하나 애들한테 나눠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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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  화 안낼테니까 욕하고 도망간 아이 좀 불러온나...

아이들   :  네

 

 

::::::::::::::::::::한참 실랑이 후::::::::::::::::::::

 

 

나          :  상재야 형 알제?

상재      :   아니요~ 모르는데요

 

 

나        :   너 좀 더 꼬마였을 때 딴 집에 공 넘어가면

               ( 반지하 같은 곳 담벼락이 굉장히 높았음...)

               너가 꺼내달라고 형 찾아와서 형이 웃으며 공 꺼내줬잖아

상재    : ............................

 

 

나        :    공 넘어가면 형이 어째야 된다 그랬노? 그 집 찾아가서

                 대문 두드리면서 실례합니다 계십니까 말하고 사람 나오면

                공 좀 꺼내달라고 말해야 된다고 그랬제?

상재     :    .............................

 

 

나         :     형이 너 한테 화 낼려고 그러는 게 아니고... 너가 그런게 잘못 됐다고

                   말해줄라고 너 부른거다... 형이 화 안낼테니까 오라고 그랬잖아

                   생각해봐라... 상재가 형 만큼 컸을 때 너만한 동생이 담벼락에 대고

                   욕하고 귀먹었냐고 그러면 상재 기분 좋겠나? 아니제? 그라면 안된다

상재     :      네......

 

나          :       너네들 잠시만 있어봐라....

아이들   :     네

 

 

(집에가서 공 두개 가져와서는)  너네들 갖고 놀아라

(손 흔들며) 재미있게 놀아라~  bye by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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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어릴 때 밥 먹고 잠자는 시간 빼면 거의 부모님 볼 수 없을

정도로 부모님은 바쁘셨다...  학교 행사라도 있을라 치면

말을 꺼낼 수 없었고 혼자 도시락 먹거나 운이 좋으면 친구

부모님 한테 얹혀서 묻어가기도 했다... 그러면서도

내 부모님은 내 잘못을 꾸짖고 맴매도 해주셨고 사랑도 해주셨다

물론 말 무쟈게 없는 경상도 집안에서 해봤자 얼마냐겠느냐 만은 ㅋㅋ

 

철 없던 꼬마 시절 나쁜 건지 모르고 했던 일들이 있다

그렇다고 요즘 아이들처럼 막되먹은 정도는 아니었다...

못된짓 하면 그 시절의 엄마(어머니)한테 무쟈게 궁디 팡팡

등짝은 벌겋게 변했고 얼굴은 눈물 범벅에 콧물 쭈욱....

 

솔직히 지금은 웃으며 말하지만 그 시절엔 분명 치열했을 거고

지금 사람들의 눈엔 아동학대 정도로 보일지도 모르겠으나

생각해 보면 그게 아이들에 대한 관심과 사랑이 아니었나 싶다

 

남에게 해코지 하지 말고 잘못된 일도 하지 않게 타일러 주는 과정...

공부 시키기 전에 사람부터 만들라는 말처럼... 학교에서의 배움보다

가정교육이 정말 중요한 게 아닐까 생각이 든다...

 

세상의 모든 부모님 들에게 의무와 사랑을 이유로 들지 말고

바쁘다는 핑계로 둘러대지 말라고 충고하고 싶다

이 말에 대해서는 부연 설명 하고 싶지도 않다...

 

잘못을 해도 타일러 줄 사람이 없다... 맴매 해줄 사람이 없다...

다들 바쁘다 그저 바쁘다... 바쁘니까 핑계 대야 된다...

귀찮으니까 쳐다보지도 않고 관심 갖지도 않는다...

 

일 터지면 내 자식은 안그럽니다 하며 팔이 안으로 굽으면서

학교 폭력 가해자.... 미성년 흡연자... 입에는 욕설 달고 살고...

공공질서 따위 삐 나 줘버려라는 생각.... 공공시설 파손행위...

 

차마 입에 담기 무섭고 해코지 당할까 외면하는 세상...

더는 만들지 않아야 안되나 싶어서 주절주절 댄다...

내가 언젠가 가정을 꾸려서 내 자식이 그런 사람이 되게

하지는 말아야 하겠기에... 그런 생각들이 너무 두렵기에 말이다

 

내가 성인군자는 아니기에 늘 잘못하고 반성하며 산다

아이들도 그랬으면 좋겠다... 잘못하고 누군가 바르게 이끌어주면

반성하고 다시금 따라오게 되는 좋은 세상이 왔으면 좋겠다

부모와 어른은 아이들에게 사랑과 관심을 주고

아이들은 웃음으로 세상을 행복하게 만들었으면 좋겠다

그랬으면 좋겠다 정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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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5월 18일 금요일 마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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